[최무영 세상만사] = 엄벙덤벙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덤벙주초는 말 그대로 건물의 기둥을 세울 때 자연석을 가공없이 그대로 사용한 초석을 말한다. 즉, 산이나 들판에서 구할 수 있거나 건축하고자 하는 지반의 땅속에 박혀있는 바위를 자연 그대로 주춧돌로 사용하는 전통적인 건축 공법이다.
덤벙주초는 기둥과 만나는 면이 굴곡이 있는 돌에 나무기둥 밑면을 돌의 모양 그대로 맞도록 그렝이질을 해서 맞춘다.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기둥이 돌에 박혀있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기도 한다. 돌의 크기와 모양에 따라 기둥의 길이도 들쭉날쭉 하지만, 그렝이질을 잘해서 기둥을 초석과 잘 맞춰놓으면 지진에도 끄떡하지 않은 튼튼한 건축물이 된다. 터를 반반하게 고르는 대신 터에 맞게 기둥의 모양과 길이를 달리한 것이다. 그 때문에 짧은 기둥도 있고, 길쭉한 기둥도 있다. 이렇게 덤벙덤벙 초석을 놓았다 해서 덤벙주초라고도한다.
덤벙주초는 서민들의 살림집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사찰 대웅전과 같은 큰 정전(正殿)건물에서도 쓰인 예를 많이 볼 수 있다. 신륵사 극락보전, 하회 주일재, 삼척 죽서루, 부안 내소사, 곡성 태안사 등이 대표적이다. 덤벙주초의 특징은 불규칙한 표면을 서로 맞물리게 가공하기 때문에 기둥이 주춧돌 표면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웬만한 충격에도 거뜬하게 견딘다.
사람은 마치 자연에 널려있는 돌과 같이 각양각색으로 다르다. 그 울퉁불퉁한 돌 위에 자신의 기둥을 세우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석의 윗면은 사람도 그렇듯이 모양이 울퉁불퉁하다. 이 때문에 기둥을 세우는 목수는 지지대와 추를 이용해 평형을 맞추어 나무기둥 밑을 끌로 깎아낸 후 세운다. 그렝이질은 기둥과 주춧돌이 톱니처럼 맞물린 듯 밀착되게 만드는 일이다. 따라서 때문에 이렇게 세운 기둥은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모양이 각기 다른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기 위해서는 세심한 그렝이질을 통해 기초가 탄탄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일단 그렝이질을 통해 세워진 덤벙주초 기둥은 마치 돌에 박혀있는 듯 단단함을 자랑한다. 흔들리는 세상에서 중심을 잘 잡기 위해서는 마음의 기둥을 잘 세워야 한다. 덤벙주초에 세워진 기둥은 ‘숏다리’도 있고 ‘롱다리’도 있기 마련이다. 그렝이질을 잘해서 단단하게 자리잡은 기둥은 주춧돌과 혼연일체가 되어 큰 기둥과 지붕을 단단하게 받치면서 건물의 일부로 조화를 이루게 된다.
덤벙주초와 반하는 말이 정평주초이다. 정평주초는 네모나 둥그런 모양으로 다듬어진 주춧돌로 거의 모든 건축물에 쓰이고 있다. 때문에 정평주초를 선택하게 되면 그렝이질의 수고를 하지 않고 쉽게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여기에 속하지만, 자연석과 같이 그 모양이 울퉁불퉁하거나 들쭉날쭉 다듬어지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정형화된 사람은 쉽게 선택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쓰임새를 위해서는 자연석과 같이 덜 정형화된 사람을 그렝이질을 통해 반석 위의 집과 같이 흔들림이 없는 인재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 덜 정형화된 사람일수록 더 자연스러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렝이질만 잘한다면, 더 개성이 있는 모습으로 변모시켜 더욱 안정적으로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넘쳐 나는 많은 사람 중에서 어떤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정평주초롤 선택해서 평온하게 갈 것인가 아니면 자연석과 같은 사람을 그렝이질의 수고를 거쳐 어떤 어려움에도 끄떡없는 기초가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를 잘 가름해서 그 쓰임새를 결정함이 현명할 것이다. 어떤 일이든 백년대계의 기틀을 다져나가기 위해서는 그렝이질의 수고를 통해서라도 어떤 세파에도 흔들림이 없는 보다 안정적인 사람을 선택함으로서 굳건한 조직운영을 위한 기초를 쌓는 길이라 생각하자.
최무영 (이학박사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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