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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되살리는 황새의 날갯짓
황새와 사람들-황새의 비상(飛上) (1)
 
경기도민뉴스   기사입력  2023/05/20 [12:43]

[최무영 세상만사] = 황새는 복과 건강을 가져다주는 새로 알려지고 있다. 예로부터 황새가 번식하는 마을은 부촌이 된다고 전해질 정도로 길조 텃새로 사랑받던 황새가 어느 순간 우리의 눈에서 사라졌다. 황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던 텃새였으며 일부는 시베리아에서 철새로 찾아와 겨울을 나기도 했다. 그러나 농경지의 변화, 6.25전쟁, 환경오염으로 먹이가 줄고, 밀렵이 성행하면서 1950년대 이후 황새는 급감했다.

 

그래도 근근이 텃새로 유지하다가 1971년 4월에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 남은 한 쌍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수컷이 죽고 만다. 매년 같은 짝과 번식하는 습성이 있는 황새는 혼자 남은 암컷은 같은 짝이었던 수컷을 기다리면서 무정란 알을 낳으며 수년을 고향에 머물다가 1983년 11월에 농약에 중독된 채 발견되어 서울대공원에서 치료받으며 살다가 1994년 9월에 죽으면서 우리나라에서 황새는 영영 사라지고 말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었던 황새는 시베리아나 중국에서 이동하는 철새집단이다. 황새는 세계적으로 3000여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세계자연보호연맹의 적색목록 최고등급인 멸종위기조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천연기념물 199호로 지정하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텃새였던 황새는 지구상에 660마리만 남아 있어 이대로 방치하면 수년 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학계의 우울한 전망도 있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한국교원대학교에서 1996년 10월 황새생태연구원을 설립, 황새 복원을 본격적으로 진행했다. 처음 러시아 아무르 지역에서 어린 황새 한 쌍을 데려와 인공증식을 시작했다. 그 후 근친교배를 막고 양질의 유전자를 확보하기 위해 일본, 러시아, 독일 등지에서 알과 어린 새를 데려와서 개체 수를 늘렸다. 부단한 연구와 노력으로 사육장에서 번식한 황새는, 자연적응 훈련을 통해 2015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자연으로 날아가 텃새로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제 목표는 황새가 우리의 텃새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이다. 그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2015년 6월 충남 예산에 황새공원을 조성해서 자연부화를 통한 자연번식과 자연방사로 적응력을 높이고 있다. 인공번식과 자연부화 노력으로 그해 9월에 첫 자연방사에 성공해서 지금까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고 있다. 2023년 4월 기준 예산 황새공원에서 새끼황새 50마리가 태어났고, 야생방사 117마리, 공원 내 사육 중인 황새 87마리 등 모두 204마리의 황새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예산 황새공원은 사람에 의해서 절멸된 황새의 성공적인 복원으로 자연에서 황새가 살아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황새들을 위한 고요한 보금자리 제공과 함께 다양한 공간을 마련해 황새를 가까이 볼 수 있는 자연생태공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원에는 노랑, 초록색 옷을 입은 유치원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학생들이 황새공원에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로 살아있는 교육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실제로 체험하고 있다. 공원에는 황새와 관련한 다양한 전시물과 체험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각종 전시관을 만들었다.

 

황새는 한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해로하는 새다. 그래서 마지막 황새도 혼자 외롭게 수년을 살다가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유조를 거쳐 다 자란 성체가 된 새끼 황새는 자유롭게 훨훨 날아 갈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 병들은 부모황새를 위해 먹이를 물어다 주고 큰 날개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등 쇠약한 부모를 정성스레 보호한다. 이러한 황새를 보고 로마시대에는 자녀가 나이든 부모를 의무적으로 보살피도록 하는 ‘황새법’을 만들기도 했다. 

 

황새는 몸길이가 1m 정도이고, 날개를 펴면 2m가 넘는 큰 새다. 흔히 황새는 두루미나 왜가리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생태에서는 차이가 있다. 황새는 한 쌍이 부부생활을 하지만, 두루미와 왜가리는 집단생활을 하는 차이가 있다. 또한 두루미와 왜가리는 발톱이 두 개라 나무 위에 앉을 수 없지만 황새는 높은 나무에 둥지를 만들어 생활한다. 동양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나무 위의 새가 바로 황새라 보면 된다. 예산 황새공원과 자연방사 지역인 황새마을에는 높다란 인공둥지를 만들어 놓아 그 위에서 알을 낳고 부화시켜 새끼를 키워 독립을 시키면서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

 

황새는 보통 2월말쯤 알을 낳고 품어 4월쯤에 부화한다. 새끼 황새가 태어나 평균 65일 동안 둥지에서 어미가 물어주는 먹이를 먹으면서 보호 받다가 6월말쯤 둥지를 떠나 독립한다. 그동안 각각의 개체식별 고유번호를 부착한 약 200마리의 황새가 둥지를 떠나 일본, 러시아 등지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그 중 예산군에서 복원한 50여마리 안팎은 태어난 곳으로 회귀해 텃새로 정착하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 역할을 예산 황새공원과 생태농업으로 황새 먹이가 사는 황새마을에서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사람에 의해 멸절된 황새를 사람의 노력으로 다시 우리의 텃새로 자리 잡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최무영 (이학박사 / 칼럼니스트)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침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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