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속의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최무영 세상만사] =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이코패스’는 죄책감 없이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사회성이 삐뚤어진 사람을 일컫는다. 소위 막장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악마적인 캐릭터나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문제아가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비슷하지만, 개념이 다른 ‘소시오패스’는 단어로는 구분되지만, 통칭 반사회적 인격 장애라는 질환자로 통칭한다. 그 차이는 사회적 교류 수준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아예 감정교류를 제대로 못 하고 돌출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이코패스에 비해 소시오패스는 일정 수준의 사회적 공감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우리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는데 큰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는 감정의 폭발이나 폭력적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가 쉽게 간파할 수 있지만, 소시오패스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는 하면서도 사이코패스처럼 즉각적인 반응보다 인지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잘 표시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갖는 공감은 정서적 공감이 아닌 인지적 공감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되는 이기적인 면이 강조된다. 또한 적절한 표정과 행동으로 감정을 연기하며 주변 사람을 바둑판의 바둑알처럼 다루면서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기생적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요즈음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국민적 공분을 야기하고 있는 일부 선생님의 극단행동을 보면서 소시오패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그분들의 그런 극단선택에는 공통으로 학부모나 관리자의 일탈이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원인을 제공하는 사람들은 사이코패스일까? 소시오패스일까?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소시오패스일 가능성이 크다. 소시오패스는 양심이란 그저 사전속의 단어일 뿐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라면 조금의 거리낌이나 망설임 없이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시오패스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무서운 범죄자의 모습이라기보다 옆집 이웃과 같은 모습으로 우리 앞에 있으면서 상대방을 기만하고 괴롭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실에서는 히틀러나 후세인 같은 독재자를 우리는 전형적인 소시오패스로 부른다. 또한 일부 부패한 종교의 교주나 범죄 집단의 수장, 그리고 일부 정치인 등에게서도 소시오패스의 면모를 보게 되기도 한다. 그들의 특징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타인을 이용하고 거짓말을 일삼지만,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잘 위장하고 감정조절이 뛰어나며 사람들을 이용을 위한 대상으로 생각한다. 일면 겉으로는 매력적이고 비상한 머리를 소유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자기의 잘못이 밝혀질 지경이 되면 거짓으로 후회, 반성 하거나 동정심에 호소하면서 자신을 포장한다.
소시오패스는 환경에 의해 만들어 진다고 한다. 즉 소시오패스는 불운한 유년 시절을 겪으면서 자신과 사회에 대한 비뚤어진 생각에 우울, 분노, 불안 등의 감정이 생기고, 이러한 감정들과 자신의 약점을 숨기기 위해 더 비도덕적인 행동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리고 성공지향에 매몰되어 모든 것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해 일탈을 일삼으며 자신도 모르게 소시오패스가 되는 것이다. 이런 소시오패스는 남을 이용하고 거짓을 일삼아 성공을 성취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은 행동으로 경쟁사회와 부딪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점점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사이코패스는 무감정의 성향으로 우리 눈에 쉽게 띄지만, 소시오패스는 일탈과 범죄는 자각하되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정당성과 이해성을 스스로 찾기 때문에 사이코패스보다 훨씬 충동적이고 지능 범죄적이다. 따라서 감정이입을 통해 자신의 불법적 행동을 합리화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단순한 방법으로 대응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즉, 측은지심은 금물이며 관용이 아닌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부류이다. 나아가 그에 대한 냉철한 판단에 근거한 철저하고 합리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물론 그들은 그런 관리를 교묘하게 회피하면서 자신의 치부를 감춘다.
소시오패스는 처음에는 자기와 가깝고 중요한 사람에게는 모든 것을 내어 줄 듯이 친근하며 공감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사람을 도구로 쓴다는 것이다. 본인에게 쓸모없다 생각되면 망설임 없이 버린다. 버릴 때 그냥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못쓰게 구겨서 버린다. 부담을 주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거나 재기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로 인해서 자신도 구렁텅이로 빠지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런 소시오패스의 존재로부터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소시오패스는 7가지의 병리적 인격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법의학자들은 의견을 모은다. 즉, 진실을 가리고 속이는(조작), 선한 척, 착한 척, 불쌍해 보이는 척하는(기만), 현실에 공감하지 못하는(냉담), 상대를 적으로 보는(적대), 책임을 회피하는(무책임), 자극을 추구하는(충동), 위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위험감수) 등으로 보는데 이 중 3개만 충족되어도 그 사람을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인 소시오패스로 진단한다.
이들의 특성을 정리하면, 소시오패스는 일면 매력적인 구석도 있으나 지극히 충동적이며 죄책감이 없고 거짓말을 아무런 가책 없이 거침없이 구사하기도 한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고 매사 지능적이며 이기적인 면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또한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로 언어의 마술사처럼 다른 사람을 현혹하기도 한다. 깊이 사고하기보다 임기응변에 능하며 자신이 불리하면 동정심을 이용해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우리들 속에는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번 기회에 주변을 한번 되돌아보면서 그들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으려고 노력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는 현명함을 발휘할 때가 왔다.
최무영 (이학박사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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