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경기도민뉴스] 김영수 기자 = “하나~, 둘~, 셋!”

하남 옛 구산성당 원형이동 보전을 맡은 사회자와 함께 주민ㆍ신자가 함께 구령을 외치며 성당을 끌어당겼다. 주민과 신자의 우렁찬 ‘영차, 영차’ 소리와 함께 60년간 한자리에 고목처럼 뿌리박았던 하남 옛 구산성당이 새 보금자리로 옮겨가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현대 건축공학의 기술에 힘입어 망월동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의 생가를 60년간 지켜오던 하남 옛 구산성당이 4일 새 보금자리를 찾기 위한 첫 걸음에 나섰다.

▲ 하남 옛 구산성당 원형이동 보전에는 마을주민과 신자들이 힘을 합쳤다는 상징적 의미로 건축물을 당기는 퍼포먼스를 실시했다.     © 경기도민뉴스

구산성당 원형보존 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는 철거 위기에 놓였던 하남 옛 구산성당을 원형 그대로 보전하기 위한 이동결정을 내렸고, 이날 그 첫 행보를 시작했다.

하남 옛 구산성당은 이동 중 진동에 의한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하루 10~30미터씩 유압으로 끌어당기는 방식으로 레일 위를 이동해 구산성지 옆의 새 부지로 이전한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역동적인 움직임은 애당초 불가능하지만, 철근 콘크리트 벽돌 건물로 원형을 그대로 옮겨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다. 세계적으로도 중국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철근 콘크리트 벽돌 건물을 레일 위에 얹어 이동하는 것은 처음이다.

기술책임은 문화재 보수전문기업인 티엠새한(대표 고주환)이 맡았고, 새로 옮겨가는 터의 기초설계는 광개토가 맡았다.

▲ 하남 옛 구산성당 원형이동 보전을 취재하는 언론들.     © 경기도민뉴스

하남 옛 구산성당은 중앙정부의 미사강변지구 개발로 철거위기에 놓인 것을 신자들이 근대건축물로 보전가치가 있다며 보전이 필요하다는 청원을 천주교 수원교구에 내는 등 숱한 우여곡절 끝에 이날 보전을 위한 이동을 시작했다.

▲ 하남 옛 구산성당 원형이동 보전을 보기 위해 모여든 마을주민과 신자들.     © 경기도민뉴스

개발일정에 밀려 당초 9월말까지 까지 이전하지 않으면 철거하겠다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과정도 거듭되는 시련의 하나였다. 무엇보다 굳이 보전할 가치가 있느냐는 구산성당 내부 신자들간의 의견차이도 실행위를 맥 빠지게 했었다.

신자 1만명이 순교, 고난 받던 당시 민초들의 피를 밟고 걸어온 한국천주교는 자생적인,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종교적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하남 옛 구산성당을 중심으로 한 신자들은 서울 명동성당, 약산성당, 하남 신장성당 등 숱한 성당의 건립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지만, 정작 자신들만의 성당 건립은 뒤로 미뤄, 1956년에야 작은 성당 건물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 마을 주민과 신자들이 어떤 식으로 원형이동보전을 하는지 좀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경기도민뉴스

실행위와 원형이동보전을 추진한 신자들은 숱한 역경을 견뎌낸 하남 옛 구산성당이 공소 180년, 성당건립 60년의 역사를 딛고 새로운 자리에서 피로 지켜낸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발전적으로 계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기 실행위원장은 “한국 천주교 고난과 역경의 역사가 오롯이 하남 옛 구산성당에 깃들어 있다”며 “오늘을 위해 묵묵히 지원해주신 각계각층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 김영기 하남 옛 구산성당 원형이동보전 실행위원장이 그동안 성원을 보내준 주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 경기도민뉴스

안창모 교수(경기대 대학원 건축설계학ㆍ건축역사학자)는 “근대건축물을 역사적 건축물로 만드는 첫걸음을 우리가 해내고 있다”며 “최초의 서양인 사제인 모방 신부가 이곳에 은거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를 발굴하기도 한 역사적 가치를,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원형이동 보전 기념식에는 신자, 주민, 이현재 국회의원, 윤재군 하남시의장ㆍ김종복 하남시부의장ㆍ박진희 하남시의원, 신문ㆍ방송 등 언론이 참석해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보며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