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영 세상만사] = 해외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얼마 전, 친구들과 홍콩여행을 다녀왔다. 20여년 전 아내와 함께 갔었던 홍콩이었다. 창밖의 구름, 바다, 섬을 보며 3시간만에 도착한 홍콩공항은 과거와 진배없는 모습이었다. 물론 우리의 인천공항과는 비교할 수도 없지만, 가이드의 안내로 버스를 타고 시내에 들어서는 순간, 뭔가 이상하게 변한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20여년 전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 달라서 실망스러운 느낌이었다. 당시의 시내의 모습이 지금보다는 더 깔끔한 기억이었는데 뭔가 우중충한 느낌인 이유는 무엇일까?
시내를 돌면서 국제 금융도시다운 첨단 빌딩도 많이 눈에 띄었지만, 유난히 우중충하고 낡은 아파트와 상가건물이 홍콩시내 이미지를 바꿔 놓고 있었다. 더욱이 아파트는 창문과 베란다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형상이라 의아해했는데 가이드의 설명으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일반 서민들이 사는 대부분의 아파트가 우리의 오피스텔 형태로 7평~15평 정도라는 놀라운 설명이었다. 더욱이 그 좁은 공간에 심지어 3대가 살기도 한다는 말에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아가 그런 아파트의 시세가 10억원을 넘고 조금 큰 평수는 50억원 이상이라는 설명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도착한 날이 마침 일요일이라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유난히 젊은 여자들 무리가 눈에 띄어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그들 대부분이 가정부라고 한다. 홍콩에는 12세 이하의 미성년자가 혼자 거리를 배회하면 무조건 부모가 법적인 조처를 받기에 집집마다 가정부는 필수적이라 한다. 그런데 그 좁은 공간에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데 가정부는 어떻게 거처하느냐고 물었더니, 1인용 매트리스에 딱 맞는 칸막이로 해결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일부 그렇지 않은 중산층도 있지만, 일반 서민의 70~80%가 그런 환경에 살아간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주로 필리핀에서 온 가정부의 월급이 70~8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도 월 200만~300만원의 급여를 주는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생각해 볼만한 일이었다. 우리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인데도 가정부가 바글바글 한 걸 보면 뭔가 우리도 생각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분명히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를 잘 따져서 우리도 보다 합리적인 급여체계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에게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재고가 필요할 것이다.
홍콩은 중국으로 반환되자, 중국의 통치하에서 사유재산이 제어받고 각종 규제가 강화됐다. 그 대표적인 규제가 아파트 등에 대한 재건축과 재개발이 불허되는 정책으로 건물 증개축이 불가하여 현재 홍콩시내가 을씨년스럽게 변했다. 더욱이 아파트를 포함한 건물의 대부분이 정부 소유라 시민들은 할부인생으로 살 수 밖에 없다고 자조하고 있다. 시민의 생활상은 그야말로 아파트 임대료 갚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홍콩의 임대료는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월 300만원에서 500만원, 심지어 1000만원 이상이다.
전체를 다 아우를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의 결론은 홍콩이 중국으로 귀속되면서 시민의 삶은 과거보다 더욱 피폐해졌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이제 우리나라를 돌아보자. 그동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의 기치 아래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세계 10위권으로 국력이 신장하였고, 세계 6위권의 수출국으로도 발돋움했다. 문제는, 민주라는 기치아래에서 공산주의 내지는 전체주의로 가려는 일각의 노림수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모든 국민이 잘사는 우리 모두의 국가라는 기치를 내세우고 있는 현재, 일각에서는 중국과 유사한 전체주의국가를 동경하고, 심지어 북한의 주체사상과 함께 중국을 떠받들고 있는 무리가 공공연하게 설쳐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연 홍콩처럼 제자리 또는 뒷걸음질 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소리쳐 대답 못하는 현실에 처해있다. 이제라도 보수니, 진보니 하는 편 가름에서 벗어나 과연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길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소중한 우리 조국을 우리가 자랑스럽게 지켜야 한다.
최무영 (이학박사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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