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영 세상만사] = 얼마 전, 우연히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를 시청하면서 남다른 감회를 맛보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며 시작했는데 어느새 53편의 에피소드를 전부 섭렵하고 말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우리 정치판과 다른 듯,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야기는, 미국 국회의사당에 모인 대통령, 각료, 상하원의원이 테러로 몰살당한 것에서 시작한다. 국토부 장관이었던 주인공은 해임 절차를 받고 있었기에 행사장에 참석 못해 천운으로 살아남아 졸지에 지정생존자로 지정되어 대통령으로 임명되면서 그가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극화한 것이었다.
그는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은 무소속이었다. 미국은 크게 공화당과 민주당의 양당 체제다.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변하고 있다. 전 대통령 트럼프가 보수 공화당, 현 바이든 대통령은 진보 민주당이다. 우리나라와 보수 진보의 대립 구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 드라마 주인공은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은 무소속을 유지하다가, 각고의 정치적 에피소드를 경험하고 결국 중간선거를 통해 재선되면서 마무리된다. 그 과정에서 필자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놓칠 수 없었던 점은 대통령으로서의 정직함과 단호함이었다. 대통령은 정파별 기득권 카르텔을 극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처음과 끝을 오로지 ‘한 사람의 국민’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국민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하는 단호함을 보이면서, 지구가 하나뿐이듯이 조국도 하나뿐임을 드라마는 강조하고 있다. 드라마 내내 변호사와 기자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이 우리나라와 큰 차이는 없다. 끊임없는 기자의 도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무한한 충성을 다하는 대통령실 보좌역 등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무엇보다도 끊임없는 비판과 질책에 의연히 대처하는 대통령은 “책략은 꾸미는 것이 아니라, 의무를 다할 뿐”이라면서 진정성과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드라마 ‘지정생존자’는 미국민이 보편적으로 바라는 지도자상을 그려내고 있다. 바람직한 지도자의 모습을 드라마로 강조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2024년 4월에는 국회의원 총선거도 있다. 수많은 예비후보들이 등록을 하고, 자신의 공약을 앞세우며 유권자의 선택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기준에 대해 어떤 사람은 능력을, 어떤 사람은 도덕성을 들 수도 있다. 선택의 기준이 각자 다를 수 있지만, 하나 추가하고 싶은 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직성’이 아닐까 싶다.
최근 들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요소의 하나로 ‘가짜뉴스’가 손꼽히고 있지 않은가? 아울러, 유권자도 일부 정치선동꾼의 거짓을 간파할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다. 주장에 대한 교차검증, 상식에 기반한 판단 등이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도와줄 것이다.
‘최선의 정책은 정직’이라는 평범한 상식이, 당연한 사회야말로 국민이 안심하고 살수 있는 나라가 아닐까?
최무영 (이학박사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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